'내 사랑 내 곁에' 맞춤형 슬픔

연예 2009/09/25 11:49 Posted by 3M흥업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 사랑 내 곁에>를 시사에서 본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관련 글을 쓰지 못했다. 이 영화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주변에서 적지 않은 분들이 묻는다. "<내 사랑 내 곁에> 슬퍼요?" 그리곤 대부분 보고 싶다고 하는 걸 보니 흥행은 어지간히 되겠다 싶어진다. 이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는 많은 분들이 특히 주연배우 김명민의 살신성인적 감량 투혼을 앞다퉈 칭찬했다. 그리고 그 투혼을 직접 보고 싶다는 말들을 잊지 않았다.

요컨대, <내 사랑 내 곁에>를 둘러싼 호기심의 기저에는 '슬픔에 대한 기대감(말이 이상하지만 사실이다)'과 건강을 상하면서까지 체중을 뺀 김명민이라는 배우에 대한 경외심 같은 게 작용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이건 앞뒤가 살짝 뒤바뀐 느낌이 든다. 나는 <내 사랑 내 곁에>와 관련해 "영화가 좋냐?"고 묻는 질문을 단 한번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좋냐 나쁘냐가 아니라 슬프냐 안슬프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김명민의 피골이 상접한 나신이 그 슬픔을 강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냐 말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사실 그것이 장르로서의 멜로 영화의 숙명이다. 슬픔을 제조 판매하는 것 말이다. 박진표 감독은, 멜로의 숙명까지 껴안는다. 그는 관객들을 위해 '맞춤형 슬픔'을 제조해 놓고, ', 이제 실컷 우시오' 하는 듯한 영화를 내놓았다.

사람이 죽는 이야기다. 사랑하는 이들이 사별하는 이야기다. 그게 슬프지 않으면 이상한 노릇 아니겠는가. 게다가 남자는 점점 불쌍해지고, 여자는 점점 지고지순해 지니, 안울고 버틸 재간이 없는 영화인 것이다. 남녀 주인공의 사별이 아무리 무한반복되는 소재일지라도, 설정과 등장 인물만 살짝 바꾸면 이게 또 먹힌다. 흔하지만 우리가 언젠가 겪을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소재는 그래서 진부하지만 새롭게 보이기도 한다.

이제, 앞서 내가 영화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고 한 이유를 말할 차례다. <내 사랑 내 곁에>는 멜로로서의 임무, 즉 관객들을 울리기 위한 설정과 장치에 충직한 영화다. 박진표 감독은 굳히 샛길로 흐르거나 쓸데 없이 작가적 서명을 올려 놓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이건 그냥 말 그대로, 슬픈 멜로다. 하지만 굳이 그가 안만들었도 슬플 영화다. 한없이 불쌍한 사람들을 실컷 동정한 대가로 얻은 슬픔의 언저리에는 저릿한 공명이 남지 않는다. 그저 내가 여전히 감정이 있는 인간임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데뷔작 <죽어도 좋아>를 비롯해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까지 지금까지 실화의 영화적 재연에 능했던, 한편으로 그 센세이셔널리즘의 힘을 활용하는 데 익숙했던 박진표, 순전한 허구의 세계로 들어서자마자 장르의 관성에 상상력을 내맡기는 무기력을 드러낸다. 어쩌면 이것은 처음부터 그가 가졌던 한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내가 기대하는 '좋은' 영화의 반열에 올려 놓을 수는 없다. 슬펐지만,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 그 슬픔은 증발되고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남는 건 있다. 김명민의 비쩍 마른 나신과 하지원의 세미 누드와 둘의 병상 베드신, 그리고 노래 '다시 태어나도'는 인구에 회자될 것이다.


posted by cinemAgora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연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09/25 11:49 2009/09/25 11:49

TRACKBACK :: http://enterfactory.net/trackback/133

  1. '내사랑내곁에' 병상의 부부관계가 공감된 이유

    Tracked from 토토의 느낌표뜨락  삭제

    루게릭병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맘에 드는 고향후배에게 프로포즈하는 정우(김명민)의 용기와, 그 뜻을 받아들이는 지수(하지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현실에서 내게(이미 아줌마인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날리 없지만^^), 혹은 내 주변사람에게 아니, 내딸에게 닥친 일이라면, 허락하기 힘들었을 사랑입니다. 저는 환자와 보호자 입장을 먼저 떠올렸고, 더구나 이미 이별이 예견된 아픈 사랑이라면 더더욱 인연을 만들지 말아야함을 강조했을 것입니다만, 영화는 저..

    2009/09/26 11:06
  2. 배우에 대한 예의로 보게 된 영화 '내사랑내곁에'

    Tracked from 토토의 느낌표뜨락  삭제

    영화개봉에 앞서 배우 김명민씨가 영화촬영을 위해서 20Kg이상의 살빼기 투혼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어 궁금증을 자아냈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루게릭병 환자역을 맡은 김명민씨의 앙상한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로 안쓰럽게 여겨지면서, '혹시라도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라도 한다면...' 더 안쓰럽고 가엾게 여겨질 것 같은 걱정이 밀려오면서, 꼭 봐야한다는 의무감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영화의 내용은 우울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피하고 싶은 소재..

    2009/09/26 11:07
  3. 내사랑 내곁에_초가을날 펑펑 울게 만든 영화

    Tracked from 완득이네 골방  삭제

    [내사랑 내곁에 2009.09.24 개봉] 떨어지는 낙엽에도 가슴이 스잔해지는 느낌이 드는 초가을 이맘때쯤... 어떤 때는 그냥 펑펑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일상을 잠시 놓고 사는게 힘드노라 중얼거리면서 그냥 한껏 울어버리고 나면 드는 그 깨끗한 기분이랄까... 눈을 크게 뜨고 참아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체할 수 없을만큼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찌하지 못하는 순간... 2005년 너는 내운명이라는 영화가 그랬고 두번이나 보고도 또 펑펑 울어버린 20..

    2009/09/26 22:08
  4. 영화 "내사랑내곁에", 의외였던 2가지.

    Tracked from  삭제

    안녕하세요, 루셀리언입니다^^! 영화보러가는 것도 일인지라, 보통 주말에 맘먹고 극장에 가곤 했는데 오늘 뜬금없이, 영화가 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근처 영화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았지요. 보고 싶은 영화는 딱히 없지만 그래도 '영화가 보고싶다', 라는 마음으로요. 그런데, "내사랑내곁에"가 상영목록에 있는 거에요. ^^ 아시다시피, 김명민 씨의 연기투혼으로 개봉 전부터 엄청난 화제가 되었던 그 영화말이에요. 그래서 바로 예매하고, 좋은 자리에서 충분..

    2009/09/27 00:00
  5. 울지 않았다, 그저 지금에 감사할 뿐...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Tracked from 라디오키즈@LifeLog  삭제

    천형이라 해도 좋을 병. 육신 안에 영혼이 갇혀 버리는 병. 병이 진행됨에 따라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다가 죽어가는 병. 치료는 엄두도 못내고 그저 병의 진행을 늦춰 지상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데 급급한 병. 질병에 신음하는 이들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만났던 루게릭이라는 희귀병. 김명민, 하지원 주연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는 그런 루게릭병으로 신음하는 남자 종우와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 지수의 슬픈 사랑 이야기. 지난 주말 극장에서 영화..

    2009/09/28 15:20
◀ Prev 1  ... 220 221 222 223 224 225 226 227 228  ... 343  Next ▶

Weekly Popular

Statistics Graph
textcube textcube get rss

엔터팩토리

TNM'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atter & Media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77-6 영남빌딩 8층. 등록번호 : 서울아00815 등록일자 : 2009년 3월 24일 발행인 : 명승은 편집인 : 이종범
Copyright 2009 (C)Enter Factory.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TNN. Designed by Qwer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