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영화가 한 편 등장했다. 영화. 영화. 영화를 생각할 때,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보다는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영화마저 TV드라마를 흉내 내는 마당에 영화가 버틸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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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은 영상과 음향의 단순한 조합의 절정을 보여주는, SF가 아닌 사실 영화이다. 1982년 레바논 전쟁에 처음 투입된 탱크 안의 4명의 병사와 그 소대 전체를 이끄는 지휘관이 주인공이다. 처음으로 사람 죽이는 것에 대한 공포와 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인간의 비정함과 전쟁의 참혹함 등 전쟁 영화에 의례 나오는 모든 것이 다 나온다. 그러나! 영화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탱크 밖을 나가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가 탱크 안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탱크에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시점이 기막히다. 전쟁 한 복판. 탱크에 붙어 있는 망원경이 이리저리 돌아간다. 시야가 좁은 망원경이 시체와 무너진 건물과 절규하는 사람들을 기계적으로 훑을 때, 우리는 어느 편에도 설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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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어쩌면 게임이다. 유명한 온라인 게임, 스페셜 포스와 같은 영상이 그대로 비친다. 망원경에 그려진 십자선이 세상을 비추고 밤이 되어 적외선 설정이라도 하게 되면 이것이 사실인지 게임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게다가 귀를 압도하는 탱크작동 음향과 흔들리는 화면은 마치 놀이동산에서 의자가 움직이는 3D 영상 체험을 하는 것 같다. 이야기는 다소 진부하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경험은 정반대이다. 그리고 탱크를 타 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 영화를 보면 최소 90분간 탱크를 탈 수 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매우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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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독특한 영화를 보고 아이러니하게도 사랑 이야기만큼이나 전쟁 이야기도 진부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반복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은 똑같지만, 또 하고 싶고, 전쟁은 똑같지만 또 하게 된다. 이 말도 안 되는 경우를 우리는 비극이라고 하던가? 뛰어난 영화적 아이디어로 완성한 비극에 손들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뛰어난 사랑 이야기보다 뛰어난 전쟁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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