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는 결혼지참금이 존재한다. 여자가 결혼할 때 가지고 가는 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결혼지참금은 남편이 가지고 있다가 이혼할 때 돌려줘야 하는 의무가 생기기도 하는데, <체리를 먹은 남자>는 일종의 결혼지참금 돌려주기 촌극을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영화는 흑백화면과 함께 다소 진지하게 진행되지만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고,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가정에서 남편이 이혼하려는 부인에게 결혼지참금을 돌려준다는 것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GV시간에는 수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란사회에서의 결혼문화나, 왜 제목에 체리가 쓰인 것인지, 관객들이 상영 내내 가려웠던 부분을 긁어주는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GV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면서 영화를 생각해보는 기사을 준비했다. 앞으로 이 영화를 보려고 염두에 두신 분들은 후에 읽으시면 좋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체리를 먹은 남자>는 14일 오후 1시에 메가박스 6관과 7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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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체리가 이란문화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지, 감독이 의도한 의미인지 궁금
A 일단 이란의 문화와 전혀 상관없다. 내가 사실 체리를 굉장히 좋아한다. 모양도 냄새도 맛도 마음에 든다. 체리를 보면서 맛을 음미할 정도. 그런 맥락에서 상징적인 요소로 영화에 사용했다. 그 이상은 없다.
Q 영화 첫 부분과 끝 부분에 손에 집중하던데, 손이 영화에서 어떤 의미인가
A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 의도적으로 많이 표현했다. 손이 일상생활에 필수적이고 영화에서 손가락이 잘리면 보험금을 받고, 주인공도 돈이 궁한 처지에서 보험금을 노릴 수 있는 요소로 쓰이기도 했다.
Q 영화 마지막에서 병실 오른쪽의 여성 뒷모습 누구인가
A '자리'(부인)일수도 있고, 병원장면은 컬러. 컬러는 허구적인 주인공이 바라던 세계를 그린 것이다.
(덧: 영화에서 컬러화면은 두 번 나온다. 부엌에서 체리를 씻어 관능적으로(?) 먹는 부인의 모습과 마지막 병원에 입원한 '레자'의 모습이다. 두 번 다 체리가 나온다. 체리가 유난히도 빨갛고 탐스럽게 보였었다)
Q 여성이 소극적, 수동적인 것 같지만, 영화에서는 여성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다. 여성상에 관련해서 감독의 의도나 메시지는
A 지금 현재 이란사회는 굉장히 변화가 많다. 남녀가 대등한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의 방식이나 사회적 인식도 마찬가지. 이혼 후 결혼지참금을 줘야 하는 문화는 여성들이 강요하고 있기도 하다. 남편들이 따르는 추세이기도 하다. 또 이란에서 이혼하거나 가정불화는 꼭 결혼지참금 의무를 행사해야 한다. 감독의 일부 죄수들은 결혼지참금을 못 돌려줘서 온 경우가 더러 있다.
Q 감독님께서 벤치에 앉는 장면에 카메오로 등장하시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게 됐나
A 스스로 자신의 영화에서 연출되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그 점이 궁금하기도 했다. 우연히 연기자가 필요했는데 마땅히 배우를 찾기 어려워서 그냥 내가 하게 되었다.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일반적이진 않다. 갑자기 연기하게 된 경우다. 옆에 앉은 여주인공 자리가 귀엽고 예뻤는데 왜 나를 선택하지 않았지? (웃음)
(덧: 전혀 몰랐는데 GV때 감독님을 유심히 본 분이 질문해주신 듯. 대부분 관객이 몰랐던 것 같았다.)
Q 영화를 재밌게 본 이후가, 설정 자체가 재밌는 것 같다. 결혼지참금을 마련하기 위해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것이 재밌다. 감독님의 경험은 아닐 것이고 어디서 얻게 된 것인지. 또 롱테이크가 잦은데 의도하신 이유는 무엇
A 과정을 서서히 이야기하고 싶어서 롱테이크를 쓰기도 했다. (교통사고를 내는 부분에서 카메라의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는 부분을 예로 든다.) 전작들에서는 롱테이크로 촬영 거의 안 했는데 첫 장편에는 더욱 많은 부분을 신경 쓰고 싶어서 써봤다. 몇 편의 다큐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때의 경험이 녹아든 것 같다.
또,
영화 소재의 아이디어는 내 경험은 아니다. 난 결혼한 적이 불행하게도 아직 없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남녀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결혼 역시 삶의 행복과 불행의 기로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영화도 남녀의 관계에 대한 소재가 쓰일 것이다. 보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인간 사이의 소통이다.
(덧: 여기서 감독님의 연출의도가 잘 드러나기도 했다. 이란의 결혼문화를 다루지만 절대 그 지점에서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Q 외국관객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만들었나.
A 이란의 상황을 촬영했으므로, 외국관객들에게 이해시켜주는 장면들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담배가격이 얼만지 나오는 부분 같은 것.
Q 클래식음악 두 번 나왔다. 이란에서의 클래식음악의 위치라던가? 쓰신 이유는?
A 이란의 예술가들은 클래식을 즐겨듣는다. 영화에는 음악에 중점을 두고 싶지 않았다. 단조롭게 사용하고 싶어 클래식 사용. 그리고 쇼팽 좋아한다. 이 영화에 클래식이 어울리고 의미가 있는 듯하다. 다른 이란 영화들에는 전통 이란음악을 많이 사용한다.
영화제작 전에 외국에서 영화가 상영될 확률이 높아서 외국관객을 염두에 두고 클래식을 선택하기도 했다. 다른 감독들이 쓴 음악을 쓰고 싶진 않았다. 첫 장편에 전문음악가에게 의뢰 하면 일이 성사될 확률이 낮기 때문일 것이란 이유도 있다.
Q 영화 초반부터 음식을 먹는 행위에 시간을 많이 할애. 체리도 먹는 거고. 아내가 집 나가기 전에도 그렇고. 먹는다는 행위가 영화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특히 공원에서 아내가 버리고 간 샌드위치를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A 인간에게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먹고 자고 화장실 가는 것. 이 세 가지의 맥락 안에서 먹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래서 먹는 장면이 많을 것이다.
꽤 긴 시간의 GV였지만 감독님이 디테일하고 유머러스하게 말씀해주셔서 시간가는 줄 몰랐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꽤 하셔서 그런지 상황을 연출해내는 것이 사뭇 진지해 보였고, 의도하신 바를 그대로 연출해내는 듯했다. 고정된 시선이 이어지는 롱테이크에는 주인공의 상황을 절로 상상해보고 동일시할 수 있는 경험이 주어지기도 했다.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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