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 그는 '선생님'이다. 실제 영화 학교에서 강의 하는 것과 상관없이, 이미 스승의 반열에 올라 있는 사람이다. 물론 영화비평으로 말이다. 그런 그가 다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연출했다. 많은 사람, 특히 그에게 혹독한 비판을 받거나 혹은 본의 아니게 적이 되었던 사람들은 몇 년 전부터 나돌았던 그의 연출 작품을 '독기'를 품고 볼 것이라 얘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국내에서 이번 부산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미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 상영 된 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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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레드 카메라(2.35:1, 4K)로 찍힌 아주 반듯한 컬러화면의 신하균과 그 여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베리캠(1.85:1, 2K)으로 찍힌, 가끔 컬러도 나오지만, 흑백화면으로 신하균이 정유미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카메라의 정보를 이야기하는 것은 평소에 그가 중요시하던 유물론적인 영화표현에 기인한다. 실제 위의 정보가 영화 상영 전에 프롤로그 자막처럼 등장한다. 그는 디지털을 필름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소 과장되고 어떤 부분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고 지루하고 놀랍고 감동적이고 또 대단한 느낌이 마구 밀려온다.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대신 영화 속 인물들의 선택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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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17분의 러닝타임. 나는 결코 특이한 사람이 아니다. 이 영화가, '좋다' 이전에 너무 재미있었다.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작품임이 분명하다. 매력을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분명한 것은 이 영화를 보고 '무플'로 답변하는 사람은 결코 없을 것이란 사실이다. 이 영화의 출현은 어쩌면, 최소한, 올해 한국 영화계의 큰 사건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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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아직 배급사가 정해지지 않았다. 정성일의 3시간 17분이 허용될 극장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절대 지루하지 않다. 그러니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본인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자부한다면, 만사 제치고 보시라. 혹 정성일과 나와의 싸움이라고 생각하고 대결하듯 보시라. 때로는 이기고 때로는 지더라도 결국 흥미진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분명한 또 한 가지. 자기 마음껏 찍고 자기 마음껏 영화로 놀았음이 분명한 정성일 평론가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감독이 된 것 같다. 이 때문에 다른 감독들이 더 미워할까 걱정이다. 다시 한 번 하지만 이 영화, 누구에게는,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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