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야행', 압축의 함정

영화 2009/11/12 09:49 Posted by 3M흥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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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영화 <백야행>은 일본의 유명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이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원작은 3권 분량에 달한다. 어릴 적 상처를 짊어진 채 원치 않는 살인을 이어가는 두 젊은 남녀의 슬픈 사연에 오랜 세월에 걸쳐 이들을 추격한 노회한 형사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대작이니 그럴만도 하다.

일본에서는 그래서, 소설 '백야행'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알고 있다. 이것을 영화로 옮겨온 <백야행>은 어쩔 수 없이 그 길고 긴 이야기를 2시간 안팎의 러닝 타임 안에 압축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의 영화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부터 무리가 따르는 기획이 아닐까, 고개를 갸웃했던 것은 그래서다.

결론부터 말해 시사회를 통해 확인한 <백야행>은 그런 우려를 '어느 정도'는 현실로 드러내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살인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가는 전반부가 다소 불친절한데다 장황하기까지 해 지루함을 안겨주는 한편, 그런 이유 때문인지 본격적으로 감정선을 쌓기 시작하는 후반부에도 원작이 가진 휴먼드라마적 아우라가 겉돌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한마디로 감정이입이 잘 안되는 것이다. 길고 긴 세월동안 자신이 사랑한 여자를 위해 원치 않은 살인을 저질러온 남자의 아픔이 절절하게 다가오지 못한 채, 왠지 '쟤들은 왜 저래?"라는 뜬금없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지독하고도 치명적인 사랑이 연출하는 비극의 연쇄극은 역시나 일본적인 정서라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히가시노의 또 다른 작품이자 역시 자국 내에서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는 <용의자 X의 헌신>도 범죄를 방불케 하는 지독한 사랑이라는 점에선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였지만 거기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이질감이 한국판 <백야행>에서 감지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이것 역시 길고 긴 이야기를 압축하고 생략하고, 그 가운데 선택하고 집중한 데 따른 불가피한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작진은 이 정도로나마 각색한 것만 해도 썩 훌륭하다고 자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원작을 염두에 두지 않을 대다수 관객들까지 동의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지 썩 좋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요한의 어머니로 분한 중견 배우 차화연의 모습을 오랜만에 볼 수 있어서 반가웠지만, 일부 조연들의 연기력은 몰입을 방해할 수준이었다.

손예진과 고수가 꽤 높은 수위의 노출을 선보인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는데, 별로 동의할 수 없다. 손예진의 전라는 뒷태만 실루엣으로 비쳐질 뿐이고, 정작 제대로 보여주는 이는 고수와 베드신을 펼치는 윤다경이다. 그나마 이 베드신도 별로 어울려 보이지 않는 사고 장면과 교차편집돼 또 한번 뜬금없다는 느낌을 안겨줬다. 11월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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