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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논외로 치면, TV 프로그램중 연예인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버라이어티, 이른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료는 얼마나 될까? 다들 알다시피, 출연료의 기준은 '인기도'에 달려있다. 하지만,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비슷한 '레벨'의 연예인이라고 해도, 출연료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그건 바로 역할 때문이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은 세가지 부류로 구분 된다. MC와 고정 출연자, 그리고 단발 출연자가 바로 그것. 일단, MC는 프로그램 전체를 책임지는 위치에 있으니, 세 부류중 가장 출연료가 높다. 지난해 경제위기 이후, 출연료가 하락하기는 했으나, MC급은 200~800만원 선으로 보면 된다. '인기도'와 '능력'이 평가기준인데,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시간(녹화시간)과 난이도(스튜디오, 야외)에 따라 조정이 이뤄진다. 주로 개편 단위(6~8개월)로 계약이 이뤄지고, 관례상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중도에 교체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일반 회사로 치면 정규직으로 볼 수 있다.  

고정 출연자는 프로그램당 적게는 1명에서 많으면 4~5명 정도로 구성되는데, 50~150만원 선으로 보면 무리가 없다. 고정 출연자 역시 개편 단위로 움직이는 게 원칙이지만, MC와 달리,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존재이다. 소위 '말빨'이 딸려, 몇 주 만에 바뀌는 일도 적지 않다. MC 보다 훨씬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일반 회사의 단순 계약직으로 봐도 무방하다.

출연료가 가장 낮은 단발 출연자는 적게는 한 두명, 많게는 20여명에 육박하는데, 출연료 산정 기준은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제작진이 시청률 상승을 목적으로 '모시는' 출연자는 고정 출연자의 출연료를 능가하는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MC의 출연료를 넘어서는 거액을 지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수들이 노래를 홍보하거나, 배우들이 영화 혹은 드라마를 홍보하려는 목적으로 출연하는 경우에는 출연료가 형편없이 낮아진다. 원하는게 출연료가  아니니, 철저한 시장 논리가 작동하는 것. 보통은 1~30만원 정도가 지급되지만, 가끔은 아예 출연료를 받지 않는 연예인도 있으니, 일반인과 비교하면, 거의 일용직 노동자 수준으로 봐도 무방하다.

거액을 받는 MC나 여러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방송 출연만으로 꽤 쏠쏠한 수입을 보장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고정 없이 단발로만 이곳 저곳에 얼굴을 비추는 연예인이라면, 시쳇말로 '본전 뽑기'도 힘든 삶을 각오해야 한다. 교통비, 식비, 품위 유지비에, 매니저 월급까지 챙겨 주고 나면, 남는게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여기 저기 TV에 얼굴이 나와야 '행사'를 통해 큰 돈을 만질 수 있으니, 대체로 적은 출연료에 불만을 갖지 않는다. 그렇게 단발 출연을 계속하다가 어느 순간, '빵~' 터져서 유명세를 얻으면 고정이나 MC로 신분이 바뀌니 말이다. 방송사는 그런 처지를 이용하는 셈이고...

'행사'와 별 상관없는 배우들, 특히 영화배우들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홍보를 목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직접적인 홍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놓고 홍보하다간 낮은 시청률과 방송 심의를 걱정하는 제작진에 의해 '통편집'되기 일쑤니, 목적 달성에 실패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영화배우들도 그걸 안다. 그래도 그들이 TV앞서는 이유는 세가지. 하나는 어떻게 해서든 출연작의 흥행 성공을 원하는 경우이고, 두번째는 영화 출연 계약시 홍보를 목적으로 한 TV 출연 횟수가 의무 조항으로 삽입된 경우, 나머지는 홍보 목적의 출연을 거부했다가 '홍보를 소홀히 하는 배우'로 찍힐까 두려워서 출연하는 경우로 구분된다.

가장 문제가 될 소지가 많은 출연자는 가수, 특히 요즘 처럼 멤버만 대 여섯, 매니저, 코디, 댄스팀까지 합하면, 일개 분대 혹은 소대 병력에 육박하는 출연자들이다. 기획사의 입장에서 보면, 몇 십만원에 불과한 출연료로는 교통비도 못건지니, 출연 횟수가 많을 수록 손해를 본다. 가수들 역시 적자 구조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소액의 방송 출연료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그때문에 가능한게 바로 출연료 횡령이다.  

보통 기획사들은 방송 출연료가 주 수입원이 아닌 연예인들의 출연료는 적자 구조를 이유로 계약이 정하는 비율대로 출연료를 배분 해주지 않는다. 연예인들도 배분을 주장해 봐야 얻을 게 없으니, 홍보 목적의 방송 출연료는 쉽게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에 관계가 어긋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관행을 내세워 출연료 지급을 하지 않았던 게 문제가 되는 것. 따라서, 기획사들은 애초 계약시 홍보 목적의 방송 출연료 포기 조항을 삽입한다. '뒷탈'을 사전에 차단 하는 것이다.

일부 기획사들은 방송 출연료를 매니저들의 '월급'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일종의 인센티브로 책정해서 방송 출연료를 해당 매니저의 몫으로 할당하는 것. 기획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몇 푼' 안되는 돈, 매니저에게 주면, 매니저가  힘들어 하는 가수들을 독려해서 홍보 목적의 방송 출연을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을 뿐만아니라, 인센티브 수당에 해당하는 출연료 수령을 이유로 매니저에게 낮은 임금을 책정할 수 있으니, 매니저들의 출연료 대리 수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출연료 대리 수령이 관행이다 보니, 방송사 역시 출연료를 출연자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고, 매니저나 매니저가 지정한 누군가의 계좌로 송금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게 바로 출연료 횡령이다.

최근 드러난 'YG' 임직원들의 방송 출연료 횡령은 이같은 기형적인 출연료 지급 구조 때문에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당 매니저가 아니면, 누가, 몇 개의 프로그램에, 얼마를 받고 출연했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박봉에 시달리는 매니저들은 '횡령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홍보용 방송 출연을 늘리고, 고정비용인 매니저들의 월급을 줄이고, 차명 거래로 수입을 분산시켜 세금을 최대한으로 줄이려는 연예인 혹은 기획사들의 얄팍한 장삿속과 비정상적인 출연료 지급 관행을 받아들인 방송사들의 암묵적 동의가 만들어낸 범죄인 셈.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방송사가 실명 지급을 원칙으로 세우면 된다. 기획사에 소속되지 않은 연예인에게는 매니저가 아닌 본인에게 직접 출연료를 지급하고, 기획사 소속인 경우, 세금 계산서를 발행하면 그만이다. 일반 상거래처럼, 투명하게 거래하면 횡령의 소지가 사라진다. 하지만, 연예인과 기획사 모두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실행이 쉽지 않다. 투명한 실명 거래가 정착되면, 거액의 세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수없이 펼쳐진 연예인과 기획사간의 법정 다툼에서 드러나듯, 연예인의 수입 구조는 연예인 본인 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각자의 수익을 극대화 하고, 세금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갖가지 편법을 찾다보니, 자신들 조차 퍼즐의 함정에 빠져 버린 셈이다. 이제는 관행으로 자리잡아 쉽게 고치기도 힘든 상황이 돼 버렸다. 1993년의 금융실명제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조치 나온다면, 혹시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posted by PD the ri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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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0 18:49 2009/12/10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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