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 속 유리가면의 진실

방송 2010/07/04 10:48 Posted by 이종범

SBS의 나쁜 남자는 잘 만들어진만큼 아쉬운 드라마이다. 월드컵 때문에 결방이 계속되자 스토리가 끊기면서 월드컵 기간 중 계속 방영한 KBS의 제빵왕 김탁구에게 승기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나쁜 남자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을 기반으로 섬세한 영상미와 흥미로운 스토리,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갈등 관계등 흥행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으나 아쉽게도 제빵왕 김탁구가 아역에서 성인으로 들어갈 때까지 월드컵 방영으로 결방하게 되자 사람들의 관심 밖에 나고 말았다.

하지만 나쁜 남자는 확실히 잘 만들어진 월메이드 드라마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양파처럼 까고 또 까도 계속 나오는 재미있는 메시지들이 담겨져 있기에 음미하며 볼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번 주 다시 방영되었던 나쁜 남자의 주제는 "유리 가면"이었다. 유리 가면은 해신그룹의 신여사가 문재인에게 부탁한 예술 작품이다.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다는 일본 예술가 류선생이 만든 작품인 유리가면은 미술관 오픈을 앞둔 신여사에겐 꼭 필요한 작품 중 하나였다.

신여사에게 인정받고 싶은 문재인은 유리가면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해신그룹 아들인 홍태성과 파양된 아들 심건욱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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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유리가면
 
가면이란 본래 원래의 모습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기에 유리는 가면의 소재로 적당하지 않다. 그런데 왜 유리가면을 만들었을까? 유리가면을 써도 자신의 얼굴을 감출 수는 없지만, 유리가면을 만들면 그 사람의 얼굴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은 시간이 흐르면 변하지만 유리로 만들면 그 순간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유리가면은 나쁜 남자 건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건욱에겐 3가지의 이름이 있다. 친부모가 붙여준 이름 최태성, 입양된 집에서 불러준 이름 홍태성, 그리고 자신이 지은 심건욱. 그는 3가지의 이름으로 살아왔고 그 때마다 새로운 유리가면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쁜 남자가 된 심건욱은 시시 때때로 자신의 마음 속에 감춰둔 유리가면을 꺼내들며 복수를 시작한다.

타인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유리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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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이란 속성이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도 있긴 하지만, 유리 가면을 만든 이유는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유리 가면을 만든 류선생은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랑하던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 삼각관계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죽게 되었고, 류선생은 짝사랑하던 사람의 얼굴을 본 따서 유리가면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유리 가면을 통해 사랑하던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비록 그 가면을 통해 바라본 세상 마저 예전의 연인을 바라보게 되긴 했지만...

유리가면은 역지사지와 같다. 나쁜 남자의 재미와 묘미는 바로 유리가면 속에 있다. 나쁜 남자 심건욱의 유리가면을 쓰고 드라마를 바라보면 그는 나쁜 남자가 아닌 매력적인 남자이다. 오히려 자신의 위치를 빼앗아간 홍태성이 나쁜남자이다. 그리고 홍태성의 유리가면으로 보면 홍태성은 참 불쌍한 남자이다. 자신의 뿌리를 찾았지만, 그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그는 오히려 심건욱보다 더 불쌍한 존재이기도 하다.

다양한 가면을 가지고 바라보면 더 재미있는 나쁜 남자는 유리가면을 통해 새롭게 드라마를 보는 방법을 말해주는 듯 하다.

깨질 수 있는 유리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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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면은 언제나 깨질 수 있다는 소재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귀하고,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조금만 잘못 다루어도 영원히 복구할 수 없게 깨져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심건욱의 보육원 누나이자 홍태성의 연인이었던 최선영이 그러했다. 최선영은 나쁜 남자 스토리의 핵심 키워드이고, 그녀는 사랑에 의해 깨져버리고만 유리가면이기도 하다.

홍태성은 최선영의 유리가면을 깨뜨려 버렸지만, 나쁜 남자 심건욱은 해신 그룹 사람들 안에 있는 유리가면을 꺼내어 깨뜨려버리려 하고 있다. 모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고, 태라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버렸다. 홍회장도 반쯤 넘어왔고 이제 신여사의 마음만 얻으면 된다. 신여사가 홍태성에게 그가 잡는 것들은 모두 파괴되어 버린다고 했지만, 실은 나쁜 남자 심건욱의 손에 들어간 것은 모든 지 다 파괴되어 버리고 말게 된다.

유리가면은 콩깍지를 의미하는 듯 하다. 꽁깍지는 투명하지만 눈에 두고 보면 사물을 흐릿하게 보이게 하여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즉, 콩깍지가 끼었다는 의미의 사랑을 말하는 것 같다. 나쁜 남자 심건욱은 태라와 모네 안에 있는 사랑을 끄집어 내어 파괴해버리고 마는 남자인 셈이다. 그럼에도 가슴 떨리게 만드는 그를 아무도 거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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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신을 가장 많이 닮은 문재인에게도 자신도 모르게 유리가면을 꺼내 들게 되기에 그 끝은 자신의 파멸이 되지 않을까 싶다. 혹은 사랑을 이루어 해피앤딩이 될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쁜 남자의 스토리를 미리 이야기라도 해주는 듯한 복선같은 유리가면을 살펴보면 나쁜 남자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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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는 3주간 결방으로 인한 공백을 5분 동안의 줄거리를 미리 틀어주고, 다시보기 이벤트를 열고 트위터를 통해 오연수가 홍보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 공백을 채우긴 쉽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슈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송, 연예 블로거들 역시 SBS의 드라마를 다루기 꺼려하기도 한다. SBS의 꽉 막힌 소통의 부재가 아까운 드라마를 묻히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쉽다. 지금이라도 소통의 문을 열고 시청자와 소통하고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드라마를 만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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