쩨쩨한 로맨스 (2010)

영화 2010/12/02 12:33 Posted by 신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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쩨쩨한 로맨스
감독 김정훈 (2010 / 한국)
출연 이선균,최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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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서 <쩨쩨한 로맨스>는 막장대소할 일을 많이 만들어주는 올해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다. 귀엽게 표현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표현 수위가 높을 수 밖에 없었던 섹스 코미디라는 측면에서는 지난 상반기에 개봉한 김대우 감독의 <방자전> 정도가 어깨를 견줄만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안타깝게도 아직 <방자전>을 직접 보지는 못한 관계로 자세한 비교는 할 수가 없다. 그 대신 내가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관람해온 이력 전체를 참조해서 <쩨쩨한 로맨스>에 대해 평가해보자면 감히 김의석 감독, 최민수, 심혜진 주연의 <결혼 이야기>(1992) 이후 최고의 로맨틱 코미디라고까지 해도 손색이 없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단언컨데 12월의 첫 주말에 비교적 한산한 시기에 서둘러 개봉한 듯이 보이는 <쩨쩨한 로맨스>는 오는 크리스마스 시즌과 이어지는 연말연시까지 장기 레이스를 펼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작품이다.

금성과 화성에서 각자 살다가 만난 젊은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애를 조금 하다가 짧은 이별을 거친 후에 다시 재회를 하게 되는 아주 뻔하디 뻔한 줄거리에 불과한 작품이지만 언제나 관건은 그 틀 안에 무엇을 새로 담았느냐가 아니겠나 싶다. <쩨쩨한 로맨스>는 연애와 섹스에 대해 새로운 관객층이 소구할 수 있는 너무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적절한 지점을 찾아내서 알차게 담아놓은 그릇 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77년생의 절대 동안 최강희가 있다.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와 같은 장르물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가 얼마나 폭넓게 관객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은 때로는 작품 전체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하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단순히 티켓 파워가 있는 스타 캐스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요 관객층에게 고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큼 캐릭터와 배우의 싱크율이 높거나 그 배우에 대한 일반적인 호감도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잘 알려지고 아무튼 요즘 인기가 최고다'라는 기준으로만 판단되는 단순 스타 캐스팅은 제작비 펀딩을 수월하게 해주고 완성된 작품의 개봉 초기에 잠시 동안만의 효과를 가져다줄 뿐, 2주차부터는 결국 작품에 대한 관객 호응도와 그것에 대한 입소문이 최종적인 성과를 좌우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최강희는 타고난 존재감이 처음부터 우월했던 종자라기 보다는 남녀 관객 어느 한쪽으로부터 특별히 거부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모난 구석이 없는' 배우인데다가 이번 <쩨쩨한 로맨스>를 통해 <달콤, 살벌한 연인>(2006)의 성공 이후로 언제든 주어지기만을 기다려왔던 또 한번의 기회를 최대한 살려 작품과 배우가 서로 윈-윈하는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98년작 <여고괴담>에서 처음 발견된 최강희는 당시 교사로 출연했던 이미연과 주인공이었던 김규리의 주변 인물에 불과했을 뿐만 아니라 박진희에게는 미모에서 밀리고 '2등 귀신' 윤지혜에게는 화제성에서 밀려 가장 주목받지 못했던 존재감의 주연급 조연 배우였다. 이후에도 TV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거의 잠행을 하다시피 했던 최강희가 성인 배우로서 주목을 받게 된 계기가 되어준 작품이 앞에서 언급한 손재곤 감독의 <달콤, 살벌한 연인>이었는데, 이 역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던 것이지 개봉 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와 어느새 서른의 나이가 되어버린 최강희의 만남 자체에 크게 주목을 해준 이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만큼 최강희는 사실상 배우로서는 '늦깍이'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을텐데 이번 <쩨쩨한 로맨스>는 실제 나이를 떠올리기 힘들 만큼 동안의 외모와 - 이선균까지 덩달아 실제 나이 보다 10년 정도는 어린 배역을 소화하고 있다 - 충분히 '늦깎은' 만큼 완숙한 코믹 연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관객들에게 거부감 제로의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연기 경력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어놓고 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쩨쩨한 로맨스>는 도대체 뭐가 쩨쩨하다는 건지 이해가 잘 안될 정도로 - 올해 개봉한 박현석 감독의 또 다른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이 영화 내용의 상당 부분을 설명해주고 기준점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쩨쩨한 로맨스>의 제목은 사실상 아무런 의미나 역할이 없다 - 연애담의 정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가가 되었어도 좋았을 솜씨 좋은 만화가와 실전 경험 없이 책에서 읽은 성지식이 전부인 섹스 칼럼니스트는 여느 젊은 커플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다가 그리 어렵지 않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을 맺어준 것은 공모전 상금을 위해 함께 작업하기로 한 성인용 만화이지만 막상 두 사람의 관계는 결정적인 선을 넘어서지 않는 의외로 플라토닉한 -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공공 성개념에 크게 위반될 일이 없는 주인공들의 매우 바람직한 행실이랄까 - 수준를 유지한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성에 대한 담론을 컬러풀하게 제시하고 있으면서도 막상 주인공들로부터는 부담스럽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게 했다는 점이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쩨쩨함'이라면 뭐 그런가 보다 할 수 밖에.

연애담 자체를 너무 심각하게 끌고 가지 않으면서 오직 그 연애의 과정 자체에 대해서만 즐겁게 관전할 수 있게 해주는 멜러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의 생명력은 아마도 영원할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이거나 저거나 별반 다를 이유가 없는 로맨스 장르에서 새로움과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은 역시나 배우들의 몫이 크고, <쩨쩨한 로맨스>는 최강희를 중심으로 너무 과하지 않게 반응해주는 이선균이 적절한 선을 찾아주고 있으며 그외 조연급 배우들 역시 충분히 각자의 코미디를 충실하게 잘 해주고 있어 아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쩨쩨한 로맨스>를 통해 뭔가 새로운 성찰이나 메시지를 얻게 된 것이 있냐고? 그런 거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고 그 시간 동안의 즐거움을 안고 상영관을 나설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 <쩨쩨한 로맨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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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어지, 영화잡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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