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팩토리 창간에 부쳐

영화 2009/05/12 02:29 Posted by 3M흥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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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 따르면, 네티즌의 70% 이상이 소비하는 뉴스 콘텐츠가 스포츠와 연예 관련 소식이라고 한다. 스포츠 쪽이야 잘 모르겠고, 당장 포털 사이트 홈페이지의 뉴스란만 보더라도, 연예인 관련 소식이 늘 가장 눈에 잘 띄게 편집돼 있는 걸 보더라도 이같은 사정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화제를 불러 모은 연예인의 신상과 그 발언이 항상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자리를 잡는 건 이제는 이상한 현상도 아니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쏟을까? 나는 그것이 미디어 환경과 변화된 삶의 방식이 합작해낸 풍경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사람들간의 면 대 면 접촉이 줄어든, 지극히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일상 속에서 여전히 어떤 공동체적 상황을 경험하기를 바라는 대중의 욕구가 연예인들에게 투영되고, 자연스럽게 연예인들이 겪는 삶의 희노애락이 가상 공동체적 화제로 떠오르는 셈이다. "개똥이네 집 둘째 아이가 곧 시집간다며?"가 "가수 누구랑 탤런트 누가 결혼한다며?"로, "밤나무 집 큰 며느리가 글쎄 바람이 나서 쫓겨났데요"가 "배우 아무개가 누구랑 정분이 나서 이혼한다던데?"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을 내 일처럼 걱정하는 목소리가 블로거 뉴스의 인기 포스트가 되고, 연예인 각자의 실제 캐릭터를 유사 리얼리티쇼의 형식 안에 버무린 '패떳'이나 '1박2일' '무한도전' 관련 글은 블로거들의 단골 메뉴가 됐다.

연예인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라보게 하는 상황을 더욱 강화하는 요소는,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는 연예인들의 삶이 대중의 그것, 또는 한국사회의 모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도 서로 갈등하고 지지고 볶고, 가정 폭력에 시달리며, 군대 가기 싫어하고, 약육강식의 착취 시스템 안에서 고통 받으며 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연예인들의 개인사적 비극을 통해 확인한다.

그러나 연예인과 관련한 담론이 이렇게 그들의 사생활에만 집중되는 것은, 분명코 본말이 전도된 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들의 본업이 엔터테인먼트, 즉 대중을 즐겁게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들이 어떤 역할을 통해 어떻게 우리를 즐겁게 하고 있는지, 혹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얘기가 오가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담론은 그 본질적인 요소를 쉽게 망각한다. 요컨데 비평적 접근이라는 게 아직은 많은 이들에게 낯선 영역으로 남아 있다.(누군가를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비판하면, 그 대상을 공동체의 부족장으로 숭앙하는 부족원들이 벌떼처럼 일어나는 현상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3M흥업과 영화진흥공화국, 태터앤미디어가 합작해 창간하는 '엔터팩토리'는 어쩌면 상호모순될지도 모르는 두 가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 넘쳐나는 연예 관련 담론에 숟가락을 얹어(그러니까 편승하여!) 주목을 끌되, 다른 접근 방식으로 새로운 담론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다른 방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한마디로 규정하는 건 어렵겠지만, 나는 그것이 엔터테인먼트의 본질에 좀더 집중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본질에 집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시대의 연예 컨텐츠들이 얼마나 당대의 정서와 감수성을 설득력있게 반영하고 있느냐, 그렇지 않다면 그것을 방해하는 이면의 걸림돌은 도대체 무엇인가를 들여다 보는 것일 수도 있고, 대중 문화의 흐름에 의미 있는 방점을 찍을만한 창의적 엔터테이너들을 발굴해 조명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의 제도권 미디어들은 이런 기능에 한참 게으르다.

그리하여, 동상이몽일지 모르겠으나, 나는 '주류적 위선에 대한 냉소적 거리두기, 비주류적 재능에 대한 무한 애정'이 엔터팩토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바로 이런 방법론이 미디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번째 사례가 되기를 감히 바란다. 독자를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극적 기사에 침을 질질 흘리는 일차원적 대상이자 말초적 소비자로 바라보는 '찌라시적' 방법론이 아닌, 생각하고 비평하며 토론하는 주체로서의 문화적 공중(public)으로 포용하는 접근이 인터넷 공간에서 건강한 재생산 구조를 확보할 수 있기를, 무엇보다 제대로 '엔터테이닝'한 엔터팩토리가 되기를 바란다. 이것은 희망의 차원을 넘어 갈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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