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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는 길고 긴 상영시간이 끝난 직후 객석의 분위기가 상당히 뒤숭숭한 편이다. 국내외 영화를 통틀어서 올해 이 만한 스펙타클을 보여준 작품이 없지 싶을 정도로 대단히 잘 만들어진 영화이면서도 <황해>는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무엇보다 대부분의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어 버리며 마무리된다. 아마도 많은 수의 관객들이 영화 막판에야 드러나는 숨겨진 플롯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 또는 이해를 했더라도 이 모든 극렬한 난장판이 고작 그것 때문이었느냐는 실망감 때문에 공감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 나머지 십 여 분 간의 마무리를 완전히 난감해진 심정으로 지켜보게 되는 것 같다. 비유하자면 2시간 반이 넘는 굉장히 다이나믹한 버스 여행을 하던 중에 도착지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점에서 갑자기 버스에서 내리라는 지시를 받은 이후 운전기사 혼자 남은 여정을 마치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멍하니 지켜보는 일종의 박탈감이라고나 할까.
평소 영화는 러닝타임이 끝나는 시점에 관객들에게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전달하고자 했던 바를 전부 전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상영관을 빠져나온 이후에 내러티브와 플롯에 관한 설명을 별도로 필요로 하는 영화는 곧 실패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 이것은 영화가 열린 구조로 끝맺음이 되거나 몇 가지 여운을 남겨주어서 관람 이후에도 간간히 생각나도록 하는 것과는 좀 다른 문제다 - 이 <황해>에 대해서 만큼은 기꺼이 내가 놓쳤던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마지막 10 여 분 간의 당황스러움 때문에 그 앞에 보여주었던 두 시간 반 동안의 흥분과 감탄들을 한꺼번에 쓰레기 취급해버릴 수 있는 것일까? 난 그럴 수 없다는 쪽이다. 물론 도착 지점까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었다면 더 없이 만족스러웠을테지만 <황해>는 그런 아쉬운 부분들을 스스로 해결해서라도 기꺼이 좋았던 장점들을 추스려 고이 간직하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황해>는 알려진 바 대로 청부 살인을 의뢰받은 어느 연변 조선족 택시기사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추격자>(2008)의 나홍진 감독과 하정우, 김윤석 두 배우가 다시 만났다는 데에서 오는 기대감에 한껏 부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스케일과 하드보일드 액션으로 채워넣은 작품이 <황해>다. 140억의 제작비와 2시간 반이 넘는 긴 러닝 타임이 헛되이 쓰이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빼곡하게 채워넣은 고충실도의 작품이다. 그런데 영화라는게 개발새발로 진행되다가도 마지막 장면 하나를 잘 그려넣어서 칭찬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전후반 90분 경기 이후에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사력을 다해 명승부를 펼쳤더라도 마지막 실축 하나로 가슴에 응어리만 남겨주는 축구 경기처럼 욕을 먹을 수도 있는 것 같다. <황해>는 최고의 스쿼드로 장시간의 명승부전을 펼치는 보기 드물게 잘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어이없는 플레이가 나오면서 응원석의 모두에게 패배의 쓴 맛을 남기고 만다는 것이 문제다. 정말 좋은 경기를 봤다고 흡족해할 것인지 아니면 패배의 책임을 물으며 - 물론 나는 <황해>가 패배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팀 수뇌부의 경질과 내 입장료나 물어내라고 요구할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다.
물론 <황해>의 청부 살인은 그리 간단하게 풀려주지를 않는다. 너무 복잡하게 꼬여있다는 점, 아니 그 보다는 꼬여있던 실타래가 보기 좋게 풀리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살인 현장에 주인공 구만(하정우) 뿐만이 아니라 다른 청부 살인자들이 나타나면서 상황은 '연출 의도에 따라'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이때 동일한 목표물을 대상으로 2건의 청부 살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거나 영화 후반부까지 끈질기게 기억해주고 있을 만한 관객은 - 그 보다는 구만을 미덥지 못하게 생각한 의뢰인이 또 다른 팀을 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현장에서 도망쳐나온 구만을 처리하기 위해 청부 살인의 의뢰인 중 한 명이었던 김태원 사장(조성하)의 부하들이 움직이게 되고 이것은 연변의 면정학(김윤석) 일패를 서울로 불러들이며 상황을 더욱 크고 복잡하게 만들어 놓는다. 문제는 김태원 사장이 구만을 자신의 청부를 받은 인물로 오해하는 지점에서 시작되었는데, 대부분 관객들 역시 그 오해를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영화를 따라가게 되고 나중에 구만이 자신에게 살인 청부를 한 사람을 찾기로 했을 때에도 자연스럽게 김태원 사장을 찾아간다고 믿게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극중의 오해와 관객들의 오해는 사실 직접 각본을 쓴 나홍진 감독의 의도에 의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설정해놓은 오해가 너무 진짜 같아서 나중에 진실로 뒤집히는 순간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 <황해>의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김태원 사장이 아닌 또 다른 청부 살인의 의뢰인, 즉 면정학을 통해 구남에게 살인 청부를 했던 인물은 엉뚱하게도 HK 저축은행의 창구에서 일하는 일개 과장 - 죽은 김승현 교수의 아내와 내연 관계 - 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데, 이 제 3의 인물이 등장할 수 있는 근거들은 앞에서부터 어느 정도 제시가 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 입장에서는 이런 반전의 제시가 도대체 어리둥절하기만 할 뿐이라는게 가장 큰 문제다. 이 반전을 최초로 전달하는 - 김태원 사장에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관객들에게 공개하는 - 조선족 술집 종업원(HK 저축은행 과장의 요청으로 연변에 있는 면정학에게 살인 청부를 전달했던)의 발음이 시원찮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가 통 이해가 되지 않으니 나중에 구남이 저축은행 창구에서 과장과 김승현 교수의 아내가 함께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대로 물러나는 장면에서도 관객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할 뿐이다. 어느 정도 사태 파악을 한 관객들이라 하더라도 이 모든 인터내셔널 하드보일드 액션 참극이 사실은 고작 치정극에 불과했다는 식의 마무리를 좀처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 대단하신 액션 느와르 영화가 관객들의 탄성과 호응 속으로 연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그 놈의 HK 저축은행 과장이 조금 더 일찍 모습을 나타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식으로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지도 않는 몇 마디 대사와 피 묻은 명함 쪼가리로 막판에야 모습을 드러내는 식으로는 연출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관객들은 영화 초반 나레이션을 통해 제시되었던 개병(광견병) 걸린 개처럼 전국을 누비며 개고생을 하는 구남의 쫒기는 심정과 구남이를 처리하러 서울에 왔다가 김태원 사장 일패와 맞대결을 펼치게 되는 면정학의 가공할 피칠갑 액션을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을 따름이니 그런 와중에 숨겨졌던 또 다른 의뢰인의 존재를 미리 염두에 두거나 나중에라도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선관람 후학습을 통해 내러티브 상의 잃어버린 사슬을 찾아 마침내 전체적인 플롯을 이해하고 난 뒤에야 다시 생각해보는 <황해>는 그럼에도 여전히 찜찜함이 남는 작품이기는 하다. 가상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발칵 뒤집어 놓는 이 어마어마한 사건의 전말이 이리저리 뒤엉킨 치정극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그렇다. 죽은 김승현 교수의 아내와 내연 관계에 있던 저축은행 과장은 조선족 술집 종업원과 연변의 개장수 면정학을 통해서 구남에게 살인 청부를 한 것이고, 김승현 교수와 동업자 관계였던 버스회사 사장 김태원 역시 자신의 내연녀가 김승현 교수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또 다른 살인 청부를 해놓았다는 것이 전부이니까. 여기에 조선족 여인과 동거하다가 여자가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토막 살해를 해버렸다는 수산물 장사치까지 포함하면 대한민국은 무슨 불륜과 살인의 제국이냐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런 사건의 전말은 주인공 구남이 살인 청부를 받아들이고 한국에 오게 된 동기와도 그리 멀지가 않다. 연변의 택시운전사인 구남을 괴롭힌 것은 - 구남의 개병이 된 것은 - 사채업자 보다는 한국에 간 이후에 소식이 끊긴 아내였고 그 아내가 다른 놈과 붙어먹고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던가.
연변의 구남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버린 삶의 근간을 되찾거나 최소한 수습이라도 하기 위해 황해를 건너와 몸부림을 치고 있었던 것인데, 모든 것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린 시작점에서 사는 사람들의 욕망 때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허망해진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발길을 돌린 구남이 마지막으로 머물게 된 장소는 고향 땅이 아닌 마치 연옥의 어느 한 가운데처럼 보이는 황해 바다 위가 되고 말았으니 이 가련한 영혼을 위한 위령제는 대체 누가 올려줄 것인지 보는 이들의 마음은 먹먹하기만 하다. 그런 의미에서 구남의 아내가 인적 없는 기차역에 홀로 도착하는 모습을 담은 <황해>의 마지막 컷은 그렇게까지 어처구니 없게만 볼 연출 상의 선택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생각한다.

영화 <황해>를 이루고 있는 외연, 기술적인 완성도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내러티브 상의 아쉬운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만점 이상을 주고도 남음이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다. 야간과 빠른 움직임이 많은 장면에서 취약한 다양한 기종의 디지털 촬영이 <황해>의 카 체이싱에서는 오히려 현상감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니 일거양득의 효과라고 봤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부산 항구에서 면정학과 조선족 일패들에게 쫒기는 장면에서 구만이가 운전하는 거대한 트레일러 차가 전복되는 장면을 - <다크 나이트>(2008)에서 트레일러가 180도로 뒤집히는 장면 만큼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에 못지 않는 스펙타클이었다 - 명장면 중에 하나로 꼽고 싶다.
<황해>에서 시각적인 부분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은 다름아닌 김윤석이 연기한 면정학이라는 인물이지 않을까. <추격자>에서 관객들의 감정 이입을 받으며 연쇄살인자를 추격했던 김윤석은 <황해>에서는 거꾸로 관객들이 감정 이입하고 있는 구남을 인간 백정의 모습으로 쫒아다니는 입장이 되어 좋은 비교가 된다. 김윤석을 영화 배우로서 발견하게 해준 작품은 아무래도 <타짜>(2006)에서의 아귀 역이었다고 봐야할텐데 그때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김윤석의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120% 활용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황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에서 사용된 표현 수위에 대해서는 관객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적어도 김윤석이 연기한 면정학의 무시무시함에 대해서 만큼은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반면 하정우가 연기한 구남은 처음부터 감정 표현이 지나치게 풍부했던 점이 오히려 아쉬움으로 남는다. 덕분에 관객들의 감정 이입은 쉬웠겠지만 연변 사람의 생경함을 전달하는 데에는 실패한 것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하정우가 연기 아닌 연기로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황해>의 장르적 속성으로 인해 배우 하정우가 아닌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되어버리는 일이 허용되지 않았을 뿐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김윤석과 하정우, 그리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기술적인 완성도만으로도 <황해>는 영화 관람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고 이 정도 스케일과 내러티브라면 헐리웃에서도 - 국경을 넘어 청부 살인과 아내 찾기에 나선 멕시코 택시 운전사 - 리메이크 의사를 차진해올 법한 작품이란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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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바라본 추잡한 인간의 세상, 영화 "황해"
Tracked from 까칠맨의 버럭질! 삭제2011년 새해 아침..그러나 여느 주말 아침과 다를 것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1월 1일은 그냥 한달의 시작일 뿐인 의미로 다가왔다. 마눌님이랑 오랜만에 영화를 보려가려고 메가박스 앱을 열고 화제작인 "황해"를 예매했다. 추격자의 삼총사, 나홍진 감독 김윤석 하정우가 다시 뭉친 것 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성공을 보장하는 그런... 2시간 넘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내가 느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 즉 감독의 연출 의도와 전체적인 분위기 정도만 정..
2011/01/01 22: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