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외 촬영, 특히 공중파에서 진행하는 야외 촬영은 현장 섭외가 필수다. 과거에는 촬영 허락없이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아주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 섭외, 허가, 헌팅의 순서를 밟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누구 허락 받고..'는 일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난다. 그러나, 도무지 논리와 당위, 설득조차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머리 모양이 '깍두기'이거나, 한 잔 '거하게' 걸친 취객인 경우, 실랑이는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 출연자들과 스텝들의 애간장을 녹인다.
이런 경우, 해결사는 원래 연출부의 몫이다. 설득과 협박,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여, 방해꾼을 최대한 촬영 현장으로부터 먼 곳으로 유도해야 하는데, '깍두기'와 '취객'은 이런 방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 완력을 사용해 끌어 내면 되지 않냐고? 쌍팔년도에나 통할 얘기다. 어설프게 무력(?)을 사용했다가는 오히려 일을 더 키워, 촬영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돌파하려면, '유명인'이 나서야 한다. 유명한 연예인일 수록, 약발이 잘 듣는다. '깍두기'에게는 아리따운 여배우가, '취객'에게는 넉살 좋은 개그맨이 제격이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나 DVD 음성해설을 보거나, 듣다보면, 의외로 이런 상황에 대한 에피소드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1박 2일'이나 '패떴'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촬영 현장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따라다니는 스텝의 수가 거의 100여 명에 이르니, 아무리 조심을 한다고 해도, 크고 작은 사고(?)가 있기 마련이다. 스텝들의 작은 실수가 원인이 되기도 하고, 대규모 촬영으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이나 상인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깍두기'도, '취객'도 아닌 멀쩡한 생활인의 입에서 '누구 허락 받고...'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가끔은 '1박 2일' 해남편의 전통여관 '유선각'의 주인처럼, 예상치 못한 대규모 촬영에 놀라,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촬영이 한창 진행중인 현장에서, 촬영을 허락했던 당사자가 마음을 바꿔 촬영 불가를 선언하는 '핵폭탄'이 터지기도 한다. 방송 관계자의 증언에 의하면, '1박 2일'의 촬영 현장에서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김없이 '이수근'이 나서고, '패떴'에서는 '유재석'이 나선다고 한다. 그 둘에게는 오랜기간의 무명생활로 다져진 특유의 '친화력과 넉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방송에서 드러나는 성격과 이미지대로, 그들은 적절한 넉살과 진정성을 무기로 방해꾼의 마음을 얻어내, 차질없이 녹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 '이수근'과 '유재석'을 제외한 '1박 2일'과 '패떴'의 다른 출연자들을 떠올려 보면, 방송 관계자의 증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유재석'이야 모두들 인정하듯, 화면 안과 밖이 다르지 않은 '나이스 가이'이니 손해 본 게 없지만, 가끔 '1박 2일' 시청자들이 '이수근'의 역할을 놓고 갑론을박 하는 걸 보면, 화면 밖에서 고군분투하는 그가 안쓰러워진다. '일꾼'이라는 별명은 '거저' 얻어진게 아니다. 지금의 그가 순탄치 않았던 과거의 유산일 지라도, 화면 밖에서 희생하는 그에게, 아주 가끔은 박수를 보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당신이 지난 주말에 얻은 감동과 웃음이, 온전히 그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멀더가 말하지 않았나?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고...
posted by PD the rip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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