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취재 및 제작 지원의 실체

방송 2009/05/15 21:21 Posted by 3M흥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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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협찬 없다? 정말?> 이라는 포스트에 달린 댓글을 보니, 대다수 대중들은 방송 제작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 하여, 촬영 현장에서 벌어지는 제작진과 공무원간의 '밀고 당기기'를 소개하는 글을 다시 쓴다. 부디, 이번 포스트를 통해, 비록 소수라도 ‘진짜’와 ‘가짜’, ‘언론인’과 ‘사이비’를 구분할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길 기대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보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행사를 싫어한다. 예를 들어, 지방 축제가 열리면, 출입기자들은 물론, 각종 방송 프로그램의 카메라가 총집결하는 터라, 모셔야 할 언론인이 수십명. 대규모 행사라면 100여 명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있으니, 정말 눈 코 뜰 새가 없다. 더구나, 이 손님들이 오죽 까다로운가?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잠시라도 소홀하면, 협박성 멘트가 귀에 꽂히고, 이런 불평이 윗사람 귀에라도 들어가면 된통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먼저 이 대목(공무원을 대하는 태도)에서 ‘진짜’와 ‘가짜’가 구별되는데, ‘진짜’는 공무원을 원활한 업무를 위한 파트너로 대하고, ‘가짜’는 아랫사람처럼 다룬다. 만약, 당신이 이런 상황을 목격하면, 언론인의 말투나 행동에 주목하라. 대번에 ‘가짜’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다. ‘진짜’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공무원을 찾지 않는다. 사전에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공무원의 도움이 필요없다.

식사 시간이 되면, ‘언론인’과 ‘사이비’의 구분이 명확해 진다. 대형 행사의 경우, 지자체는 언론인 전용 식당을 미리 예약해 놓고, 행사장에서 좀 먼 곳일 경우, 버스까지 대절해서 언론인들을 모셔간다. 이때, 혹시라도 마음에 안드는 식사가 제공되면, ‘사이비’들의 목소리가 커진다. 폭탄주 몇 잔이라도 돌고나면, 담당 공무원은 좌불안석이다.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에...

정신 똑바로 박힌 ‘언론인’들은 공무원을 따라갈 틈이 없다. 잠시라도 짬이 나면 더 많은 것을 취재하고, 그림으로 담아야 하기에, 시간 맞춰 식당에 가거나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틈이 없다. 현장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때우거나, 대충이라도 일을 마친 후 식사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공무원들과 함께 식당에 가지 않는 쪽이 진짜 ‘언론인’일 확률이 높다.

공무원, 특히, 지방자치단체 공문원들은 그렇게 길들여진다. 언론의 협조가 필수요소인 자치단체장들이 두 눈 부릅뜨고 대언론관계를 체크하니, 무슨 일이 있어도 ‘언론인’들이 최대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각종 편의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누구 돈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1박2일’과 같은 대형 프로그램이라도 계획되면, 온 청사가 발칵 뒤집힌다. 제작진으로부터 전해 들은 예상 동선, 시간, 내용은 실시간으로 보고되고, 그에 따른 가능한 편의 제공이 논의되기 시작한다. 제작진이 요구했냐고? 천만의 말씀! ‘사이비’들에게 길들여지고, 단체장에게 사육된 그들은, 과거의 선배들이 전수해 준 매뉴얼대로 치밀한 준비를 시작한다. 제작진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상관없다.

만약, 제작진 스스로 섭외부터 진행, 경비까지 모두 처리하는 경우에는 도대체 뭘 준비하냐고? 설사, 아무것도 준비 할 것이 없다 해도, 가장 중요한 ‘의전’과 ‘얼굴 내밀기’가 남아있다. 자치단체장은 무슨 수를 쓰건 촬영 현장에 들러, 어렵사리 선거구에 방문해 주신 제작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하고, 만나기 힘든 연예인들과 사진도 찍어야 한다. 이때, 웬만한 부하 직원은 물론, 방귀 좀 뀐다는 지역 유지들까지 줄줄이 따라오니, 그 인원이 적지 않다.

제작진은 이런 상황을 가장 싫어한다. 촬영에 심각한 방해가 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찾아온 그들을 홀대하기도 어렵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도움을 받은 경우라면, 더 물리치기 힘들다. 결국, 촬영이 잠시 멈출 때(테입을 갈 때),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어줘야 탈이 없다. 그나마, 조용히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라면 덜 괴로울 텐데, 눈치없는 시장은 ‘고향인심’, ‘식사대접’ 운운하며 한사코 식당으로 오시라 읍소를 시작한다. 안드로메다 개념의 군수는 한사코 식사비를 마다하는 제작진에게 점심값이라며 ‘흰봉투’라도 쥐어 주려고 안달이다.

정말, 진짜, 아무것도 도움받은 게 없는 ‘순수 무협찬 무지원 촬영’이 진행됐다고 치자. 그래도 지자체 예산에는 흔적이 남는다. ‘의전’과 ‘얼굴 내밀기’에 사용한 교통비(누가 오라고 했나?)와 식비(제작진이 한사코 거부하면 자기들끼리 거하게 드신다)를 떡하니, 촬영 지원 비용으로 계상하신다. 이러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 아닌가? 몇 년전, 내 동료는 이런 비용 처리 영수증 뒷면에 이름 석자가 적힌 죄로, 검찰로부터 촌지 수수 혐의를 추궁당하는 황당한 경험을 겪기도 했다. 봉투는 커녕 숟가락도 구경 못했는데 말이다.

제작비가 충분한 ‘1박 2일’ 같은 메이저 프로그램 일수록, 취재비와 제작비를 충분히 지급하는 메이저 언론사일수록, 자자체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다. 하지만, 제작비가 충분하지 않은 마이너 프로그램이거나 재정상태가 열악한 언론사의 제작진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이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그렇게 취재한 기사나 프로그램은 알게 모르게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되곤 한다.

이게 현실이다. ‘언론의 힘’을 적절히 이용해야 하는 단체장의 영악함과 단체장의 말 한마디에 승진이 걸려 있는 공무원의 절박함, 이들을 적절히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일부 언론인들의 기묘한 앙상블이, 이른바 ‘협찬’, 혹은 ‘지원’ 이라는 명목으로 계상되는 지자체 예산의 실체다.

                                                       posted by PD the ripper / 3M흥업(http://mmnm.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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