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트윙>의 알란 소킨 제작, 각본이자 프렌즈의 매튜 페리 주연이라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 마자 큰 화제를 모았다. 각종 언론 매체에 언급이 되었으며 2005년 CBS와 NBC가 서로 방영권을 따내려 각축을 벌이다가 NBC가 '거의 기록에 가까운 계약금'을 주고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
첫 에피소드의 중반부 이후부터 시청률이 급강하하기 시작하더니 떨어지는 시청률을 주체 못해 1시즌도 오더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가 겨우 22시즌으로 마무리 되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코미디쇼를 주제로 한 드라마 치고 너무나 심각하고 진지하고 심지어는 우울하게 흘러가기까지 했다는 점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들이 심각한 얼굴로 정치, 사회, 방송, 이데올로기 문제들을 특유의 속사포 같은 대사로 쏟아내는데, 마음 편히 즐기자고 봐야 하는 드라마를 대체 왜 이렇게까지 집중하고 (공부하는 자세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으며 다음 에피소드를 보기가 겁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미국에서도 "텔레비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는 말도 들었으며 타임즈는 "올해의 용두사미"로 꼽았고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2006년 최악의 쇼로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부분 대 여섯 에피소드만큼은 쇼의 뒷무대와 PD와 작가, 제작자의 알력 관계들이 충분히 유쾌하고 긴박감 넘치게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하며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인 맷과 해리엇의 러브 라인이 보기 괴로울 정도로 어색했다는 점이 실패 원인 중에 하나가 아니었나 싶지만. 1시즌으로 끝난 것을 매우 아쉬워하는 매튜 페리의 팬들과 지적인 시청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SNL 최초의 여성 수석작가였던 티나 페이가 그린 SNL은 어떨까? 그저 방송국 내에서 '티나 페이 프로젝트'로만 알려졌던 이것은 뚜껑을 열어보니 그야말로 대박이었다(시청률이 대박이었다기보다는 상복이 터졌다는 점에서).
일단 캐릭터들이 살아 있다. 연애문제에 잼병인 워커홀릭 여주인공 리즈 레몬, 카리스마 넘치는 공화당원이며 GE의 부사장 잭 도나기(알렉 볼드윈), 사고뭉치 흑인 코미디언 트레이시 조던, 공주병 스타 제나 마로니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캐릭터들의 연기 조합이 탁월하다. 또한 인종 차별, 정치 대립, 남녀 차별, 이데올로기에 대한 풍자와 냉소가 재기발랄한 시나리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 웃고 즐기면서 미국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중간 중간 안드로메다성 황당 유머에 배꼽 잡으면서 진정 티나 페이가 천재라는 확신이 들게 만드는 시트콤. 일단 처음엔 정서가 좀 안 맞는다 싶어도 몇 편만 참고 보면 신선한 유머와 재치있는 대사에 반해버릴 것.
이 두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나라에서도 드라마 촬영 뒷 이야기를 그려 성공한 <온에어>처럼 개그프로그램 뒷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나오면 어떨까 생각했다. 새로운 '코너'(위 미국 드라마에서는 스케치라고 하는)가 탄생하기까지의 우여곡절, 작가와 개그맨들의 아이디어 회의 모습, 유난히 기강이 세다는 개그맨들의 선후배 관계,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되어 목에 힘주는 동료 코미디언과 예전에 엄청 떴다가 지금 한 코너도 맡지 못하는 불운의 개그맨, 또 뒷풀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샤방샤방 로맨스까지. 충분히 매력적인 드라마 한 편이 탄생하지 않을까?
posted by 라디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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