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나도 한 번 만들어보았다. ‘섬나라 대한민국’ 지도. 갈 수도 없으며, 함부로 이야기했다가는 빨갱이 취급받기 십상인 북쪽의 땅을 바다로 표시한 후, ‘북해’라 이름 지으니 대한민국은 섬나라가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갈 수 있는 땅은 호랑이의 몸 전체가 아니다. 막혀있는 호랑이의 상반신은 건너갈 수 없는 벽에 막혀 있어, 그 부분을 떼어놓고 보면 이 나라는 고립된 섬처럼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을 뿐이다. 바다를 건너지 않고는 다른 나라로 갈 수 없는 나라. 나는 호랑이를 떠올리며 한반도를 그리고, 그것이 내 나라라 생각하도록 교육받았지만, 막상 다른 나라로 여행이라도 가볼라치면 자연스럽게 비행기와 공항을 연상하게 되는 섬나라의 사고를 익혀오고 말았다. 마치 저 그림처럼.
그래서 만약 우리가 남북한으로 갈라지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면, 사회와 문화가 얼마나 달라졌을지 상상해보는 일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만약 그렇다면 섬이 아닌 대륙의 정신으로 현재를 살고 있지 않을까. 여름방학을 앞둔 대학생들은 값 비싼 비행기로 유럽의 주요도시를 여행하는 배낭여행보다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횡단해 동유럽을 갔다가, 중국과 몽골을 통과해 돌아오는 여행을 계획하겠지. 분단국가가 아니라 하더라도 군대는 필요하니, 함경북도 최북단에서 겨울에 눈 치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복학생 선배 앞에서, 철원에서 눈 치운 이야기는 바로 고개를 떨궜을 것이다. 소설가들은 젊은 날 실연의 상처를 안고 서울역에서 아무 기차나 올라탔더니 시베리아를 통과하더라는 이야기로 소설을 발표하고, 인터넷 블로그에는 자전거로 중국을 지나 터키에 이른 후, 지중해를 돌아 아프리카 남단에 도착했다는 믿기 힘든 여행기가 올라올 것이다. 바다를 건너지 못해 일본에 있어야 했던 노다메의 치아키 선배는 정말로 남의 나라 이야기였을 터. 육로만으로도 수십 개의 나라를 다녀올 수 있는 대륙의 한 부분으로 우리가 현재를 살고 있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달려졌을 것인가.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당위성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희미해지기 쉽고, 북한이 일본이나 미국보다 더 멀게 생각될 때가 많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통일 비용이 어마어마하니 통일해서 좋을 게 없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분단국가여서 발생한 손실액이 어마어마하니 통일을 해야 더 좋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물론 돈으로 환산해 통일의 이익을 따지기 앞서 한 민족이니 한 나라로 지내야 한다는 주장 또한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지도를 이렇게 그려놓고 보니, 섬나라에서 대륙으로 탈바꿈하는 간척사업의 일종으로 통일을 바라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섬이 대륙이 되는 것은 얼마나 다르며, 또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래서였나보다. 한반도 모양 호랑이가 갇혀있다고 생각되었던 것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기에, 호랑이가 가두어져 있다고 지레짐작하며 지도를 보아온 것이다.
Posted by 늙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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