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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동안 아주 대조적인 보도 메일을 두 통 받았다. 발신인이 CJ엔터테인먼트로 돼 있는 보도 메일은 제목이 이렇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첫주 288만 기록". 그리고 영화사 진진이 보내온 보도 메일은 "<걸어도 걸어도> 개봉 2주차 6천 명 돌파"라고 돼 있다.

두 영화사 모두 자사 영화의 흥행에 뿌듯한 심정을 피력한 건 분명한데, 숫자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288만 명 대 6천 명. 어떤 영화는 개봉 첫 주말에 우리나라 왠만한 대도시 인구수를 뛰어 넘는 관객을 싹쓸이하고, 어떤 영화는, 2주 동안 꼬박 6천 명을 모으는 현상. 뭐,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새삼스러울 건 없다. 어차피 대규모 물량 공세를 내세우는 오락영화와 아트하우스 영화를 수평 비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게다가 불과 3개 상영관에서 상영된 <걸어도 걸어도>가 6천 명을 모았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하할 일임에 분명하다. 나도 어제 20킬로미터를 달려가 이 영화를 봤는데, 객석이 완전 매진이었다.(이렇게 좌석 점유율이 높으면 상영관수가 늘어나는 게 원리인데, 이상하게도 이런 유의 영화에는 그런 원리가 잘 안통한다는 게 이상하다.)

아무튼, 네이버에다 개봉작 단평을 제공하고 있는 내가,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을 그닥 좋지 않게 평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관객의 역습'이 이어졌다. 특히, 적지 않은 분들이 내가 이 영화의 비주얼에 그리 후해 보이지 않는 점수를 준 점에 불만들을 토로했는데, 어떤 비주얼이 훌륭한 건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을 갖고 있지 못한 나로선, 이 영화의 CG 떡칠이 그리 훌륭해 보이지 않았다는 걸 10점 만점 중에 '6'이라는 숫자로 표현했을 뿐이다(비주얼이 아닌 CG 부문이 따로 있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그나마 관객들 눈치 보느라 5점 아래로 안 준 게 나름 좀 비겁했다고 자평하는 중이었다.

내가 이 얘기를 꺼낸 것은,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으로 잔뜩 오염된 눈을 정화시켜줄만큼의, 진짜 끝내주는 비주얼을 선사하는 영화를 만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걸어도 걸어도>이다.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 등의 작품으로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급성장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한 이 영화는평범한 듯 보이는 어느 가족 이야기다. 죽은 형의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마지 못해 집을 찾은 아들 내외와 노부부의 친근한 한편 어색한 조우로 시작되는 영화는 이들 가족의 만 하루동안의 풍경을 미시적으로 관찰한다. 어찌 보면 참 고리타분해 보일 정도로, 영화는 이들 가족의 소소한 일상적 대화와 동선을 그냥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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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눈이 번쩍 뜨이게도, 감독은 멀리서 찾아온 아들 딸과 이들의 어린 자녀들로 시끌벅적한 2층집을  너무나 정교한 영화적 시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아이들의 고성과 어른들의 잔소리로 북적대던 이들이 부엌으로 옮겨갈 때, 카메라는 고정된 채 이들이 방금 떠난 텅비어 버린 거실을 응시한다. 그 잠깐의 응시의 순간, 영화는 행복과 단란함으로 충만해 보이는 이들 가족의 어떤 결핍을 여운처럼 불러낸다. 이런 극적인 응시의 순간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나무 계단에서, 딱 한 칸이 비어 있는 서랍장에서, 가족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가족들 등 뒤 책상 위에 덩그라니 놓여 있는 작은 사진에서, 거실의 떠들썩한 농담과 웃음이 허허로이 울리는 욕실 한 구석의 벗겨진 타일에서 되풀이 된다.

대가족의 번잡한 소음이 울려 퍼지는 작은 집에서 묘하게 소외된 공간들을 포착하는 감독의 세밀함은, 별반 새로울 것 같지 않은 가족사에 제법 풍성한 사연의 결을 끄집어 올리는 탁월한 역할을 수행한다. 겉과 속내가 따분하고도 답답하게 엇갈리는, 아끼고 사랑함이 분명하지만 결코 만날 수 없는 가족애의 부조화. 요컨대, 대사가 아닌 그림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정지돼 있는 사물 또는 비어 있는 공간이 내러티브를 조용하면서도 힘차게 전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비주얼은, 물론 하나도 휘황찬란하지 않지만, 바로 우리 일상의 순간과 공간에서 퍼올린, 놀랍도록 설득력 있고, 그래서 숨막히게 아름다운 비주얼이었다.

오락영화와 아트하우스 영화를 단순 비교하는 게 바보같은 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를 '본다' 했을 때의 시청각적 체험이 단순히 망막의 자극과 가상의 구경거리를 탐닉하는 쾌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그런 면에서 비주얼은 영화의 장르와 상관없는 보편적 정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걸어도 걸어도>에 흔쾌히 비주얼 점수 10점 만점에 10점을 준다. 그 이유는, 미국 평점 사이트 '썩은 토마토'(Rotten Tomatoes)가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에 선사한 이 평가가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은 시끄럽고, 줄거리도 엉성하며, 인간미가 결핍된, 지나치게 긴 특수효과 쇼에 불과하다." Transformers: Revenge of the Fallen is a noisy, underplotted, and overlong special effects extravaganza that lacks a human touch.

posted by cinemAg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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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30 00:02 2009/06/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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