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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공포를 한 부대에 성공적으로 담을 수 있을까? 웃음과 슬픔의 혼종이야, 한국영화의 흥행 공식으로 정착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코미디와 스릴러/호러의 접목을 시도하는 작품은 그리 흔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관객의 긴장감을 점점 팽팽하게 이끌다가 절정부에 최대치로 끌어 올린 뒤 작렬시켜야 하는 스릴러/호러 문법에 코미디가 끼어 든다면, 자칫 이도저도 아닌 잡탕이 돼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설령 시도한다 하더라도, 아직은 낯설기에 그것은 대중 영화의 영역이라기보다 컬트적 치기로 비쳐질 공산이 크다.

전작 <시실리 2Km>로 상업 영화 안에서도 코미디와 공포의 동거가 성공적일 수 있음을 증명한 바 있는 신정원 감독은 이번 영화 <차우>에서도 유사한 맥락의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니까 긴장되다가 웃기다. 웃기다가 긴장된다.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든다. 심지어 가장 긴장감이 고조되어야 할 맷돼지의 마을회관 습격 장면에서조차 감독은 살아보겠다고 아우성 치는 인간들의 절박한 풍경을 코믹하게 담아낸다.

동네를 배회하는 미친 여자 캐릭터는 <차우>의 장르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 아이콘이다. 그녀는 시시 때때로 기괴한 공포의 아우라를 뿜어내며 출몰하지만, 알고 보면 싱겁기 이를 데 없는 정신 이상자일 뿐이다. <차우>는 그렇게 “무서울 줄 알았지, 메롱”하는 식으로 공포와 코미디의 능선을 가볍게 넘나들며 식인맷돼지의 숲 속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모든 종류의 무서운 이야기는 본질적으로 비명과 한바탕 웃음이 교차하는 오락적 유희라는 걸 확인이라도 하는 듯.

이런 전략은 적어도 <차우>에 있어서만큼은 매우 영리해 보인다. 세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우선, 전형적으로 보이는 괴수 스릴러 영화에 끼어든 코미디는 인물들을 폐쇄 공간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협적 존재의 공포에 경악하는 수동형 리액터(Reactor)들이 아니라, 어드벤처적인 무대 위의 능동적 주인공들로 고양시킨다. 이로 인해 맷돼지와 인간의 쫓고 쫓기는 액션은 마치 <레이더스>나 <미이라>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터널 장면의 추격전은 감독이 의식적으로 할리우드 어드벤처 영화의 관습을 모방했음을 보여준다.

코미디는 동시에 인간과 괴수의 대립이라는 단순 구도에서 벗어나 인물들 각자의 캐릭터에 입체감과 생동감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온갖 폼을 잡는 포수 백만배(윤제문)는 젊은 여학자 변수련(정유미) 앞에서 침을 흘리고, 신형사(박혁권) 역시 다급한 와중에도 남의 담배를 슬쩍 할 정도로 얍삽한 인물로 그려진다. 김 순경(엄태웅)은  직업적인 이유라기보다 실종된 치매 어머니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5인의 추격대에 얼떨결에 합류했다가 큰 일을 낸다. 영화 속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약간 얼이 빠져 있거나, 인간적인 약점들을 노출하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파열되는 웃음이 괴수 스릴러의 호흡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관객들을 극에 몰입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코미디를 적극 활용한 <차우>의 장르 전략은 스케일과 시각 효과의 한계를 상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리하다. 할리우드에서 임대한 맷돼지 애니메트로닉스와 첨단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긴 했지만, 괴수와의 대결 장면에서 살짝 살짝 엿보이는 디테일의 부족이, 이내 따라 붙는 코미디 장면으로 가려지는 것이다. 관객들이 한바탕 웃고 나면, 눈에 보이는 결점이나 옥의 티도 금세 용서될 수 있다는 것을, 감독은 모르지 않았던 것이다.

영화적으로 완벽한 만듦새를 보여줬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차우>는 한국형 오락 영화의 또 하나의 참신한 변주 모델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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